첫 버전은 기능 하나로 시작하는 이유
첫 버전은 손님이 돈을 내거나 다시 찾아올 이유가 되는 기능 하나만 제대로 만들면 충분해요. 나머지는 그 기능이 쓰이는 걸 보고 붙여도 늦지 않거든요.

창업 준비 중인 대표님이 기능 목록을 들고 오셨어요. 회원가입, 커뮤니티, 포인트, 채팅, 추천, 알림까지 한 장이 빽빽했어요. 다 필요하다고 하셨고, 하나하나 들어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질문을 하나 드렸어요. 「이 중에 딱 하나만 된다면, 손님이 그래도 이 서비스를 쓸까요?」 대표님은 한참 목록을 보다가 하나를 짚으셨어요. 나머지는 그 하나가 잘 돌아가야 의미가 생기는 것들이었어요.
첫 버전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시간을 잡아먹는 건 기술이 아니에요. 넣을지 말지 정하지 못한 기능들이에요.
핵심은 첫 버전에서 손님이 돈을 내거나 다시 찾아올 이유가 되는 기능 하나를 끝까지 되게 만드는 거예요. 기능이 열 개여도 그 하나가 어설프면 손님은 떠나요. 반대로 하나가 확실하면 나머지는 실제 사용을 보고 순서대로 붙이면 돼요.
기능이 많으면 왜 늦어질까요
기능 하나를 더하면 화면 하나만 늘어나는 게 아니에요. 그 기능을 관리하는 화면, 잘못됐을 때 보여 줄 안내, 다른 기능과 이어지는 부분이 함께 따라와요. 포인트 기능을 넣으면 적립, 사용, 취소, 내역 확인이 다 생겨요.
그리고 서로 엮여요. 커뮤니티와 알림과 포인트가 붙어 있으면, 하나를 고칠 때 셋을 같이 봐야 해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능 수보다 이 엮임이 일정을 늘리는 진짜 이유예요.
무엇보다 확인이 늦어져요. 손님 반응을 보려면 서비스가 열려야 하는데, 기능이 많을수록 여는 날이 밀려요. 그사이 가장 중요한 질문, 「손님이 이걸 정말 쓰나」에는 답을 못 얻은 채로요.
그 하나를 고르는 질문
저는 기능 목록을 받으면 아래 질문을 차례로 던져 봐요. 셋 다 「예」가 나오는 기능이 첫 버전의 중심이에요.
- 이게 없으면 서비스라고 부를 수 없나요? 예약 서비스에서 예약, 매칭 서비스에서 연결처럼요.
- 손님이 이걸 하려고 처음 찾아오나요? 부가 기능이 아니라 찾아온 이유여야 해요.
- 대표님이 매일 직접 확인할 수 있나요? 쓰이는지 안 쓰이는지 눈으로 볼 수 있어야 다음을 정할 수 있어요.
이 질문에서 걸러진 기능도 버리는 게 아니에요. 「다음에 할 것」 목록에 따로 적어 둬요. 적어 두면 대표님 마음도 편하고, 회의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아도 돼요.
첫 버전에서 미뤄도 되는 것들
실제로 만들어 보면 처음엔 꼭 필요해 보였는데 나중에 붙여도 아무 문제 없던 기능이 많아요.
| 미뤄도 되는 기능 | 첫 버전에서 대신하는 방법 |
|---|---|
| 포인트·등급 | 단골 손님은 대표님이 직접 챙겨요 |
| 앱 안 채팅 |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로 받아요 |
| 자동 추천 | 대표님이 고른 목록을 보여 줘요 |
| 복잡한 통계 | 하루 신청 수만 관리 화면에 띄워요 |
손으로 대신할 수 있는 일은 첫 달엔 손으로 해 보는 게 좋아요. 손으로 해 보면 무엇을 자동으로 만들어야 하는지가 정확히 보이거든요.
하나여도 끝까지 되게 만들어요
기능 하나로 시작한다는 게 대충 만든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 하나는 처음 들어와서 끝낼 때까지 막히는 곳이 없어야 해요. 예약이라면 날짜 고르기, 신청, 확인 안내, 취소까지 한 줄로 이어져야 해요.
저는 그 한 줄을 실제 휴대폰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눌러 봐요. 버튼 위치가 애매하거나 안내 문구가 헷갈리는 곳은 이때 다 나와요. 기능 수를 줄이면 이렇게 한 줄을 다듬을 시간이 생겨요.
그래서 만들기 전에 첫 버전의 그 하나와 「다음에 할 것」 목록을 먼저 정해 두면, 첫 버전이 훨씬 빨리 열려요. 정해진 범위 안에서는 고민이 아니라 만드는 데 시간을 쓰게 되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MVP에 기능이 하나뿐이면 손님이 실망하지 않을까요?
손님은 기능 개수보다 원하던 일이 끝까지 되는지를 봐요. 하나가 확실하게 되면 오히려 쓰기 쉽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아요. 부족한 부분은 손님 의견을 듣고 채우면 돼요.
경쟁 서비스는 기능이 훨씬 많은데 괜찮을까요?
그 서비스도 처음부터 지금 모습은 아니었을 거예요. 첫 버전은 경쟁보다 우리 손님이 정말 쓰는지를 확인하는 단계예요. 기능 경쟁은 쓰이는 걸 확인한 뒤에 해도 늦지 않아요.
미뤄 둔 기능은 나중에 붙이기 어렵지 않나요?
처음부터 붙일 자리를 생각하고 만들면 어렵지 않아요. 그래서 「다음에 할 것」 목록을 만드는 사람에게 같이 알려 주는 게 좋아요. 목록을 알면 나중에 붙이기 쉬운 구조로 만들어 둘 수 있어요.